일본 대기업 사원이'창업을 위해 주3일근무'를 요청한 이유
- start-up
- 2017. 5. 9. 19:16
1. 지금 왜 부업인가
일본 대기업 사원이 '창업을 위해 주3일근무'를 요청하다. '츠다 요시오'씨 인터뷰
'지방에서 창업할겁니다. 그러니 회사에는 주3일만 근무 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자, 어느날 후배나 부하직원이 당당하게 이런 이야기를 꺼낸다면 당신은 뭐라고 대답할 것인지?
츠다 요시오씨(37세)는 자신이 다니던 회사에 이렇게 선언하고 창업을 한 매우 특이한 케이스입니다. 츠다씨의 직장은 일본 유수의 가전제품 제조사로 츠다씨는 기획부서의 정사원으로 연봉은 850만엔이었습니다. (소니나 도시바 같은 회사인 모양. 요즘 일본 가전회사들이 중국자본에 매각되는 등 상황이 좋지는 않죠.)
츠다씨는 회사에 이런 극단적인 '딜'을 던져서 계약사원으로 전환, 2015년에 가족 모두 도쿄에서 나가노로 이사해서 현지에 '루트 디자인'이란 기획회사를 창업했습니다. 루트 디자인은 텔레워크(원거리, 재택근무) 사무실 운영, 나가노 지역 홍보, 진흥 프로젝트를 기획, 운영하는 회사입니다.
츠다씨는 주 3일은 도쿄에서 원래 다니던 직장 업무를 보고, 나머지는 나가노에 돌아와 본인 회사 일을 합니다. 도쿄와 나가노는 특급열차로 편도 2시간 반 거리라고 하네요. 원래 다니던 회사는 계약직으로 전환하면서 급여가 30% 줄어들었지만 창업한 회사 수익을 합치면 원래 연봉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주3일 일하는데 연봉이 30%만 줄어들면 이건 이거대로 후한 대우 아닌지...)
보통 사람이 듣는다면 '그게 말이 되?!'라고 하겠지만 츠다씨는 고정관념에 갇히지 않고 'Why not?' 생각하고 현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용기와 추진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런 조건을 수용할 수 있는 회사, 동료, 회사 문화가 있어야 가능하겠지만, 반대로 아무리 그런 환경이 만들어져도 본인이 Why not을 만들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겠지요.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면 내 주변엔 나와 비슷한 직장인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반경을 넓혀서 알음알음 찾아보면 츠다씨와 같이 예외적인 방식으로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은근히 있습니다. 처음부터 파격적으로(?) 행동할 용기가 좀처럼 나지 않는다면 내가 살고 싶은 방식으로, 나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찾아보면 어떨까요. 그런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 하다보면 'Why not me?'라고 생각하게 될 수 있을 겁니다.
츠다씨 인터뷰 요약
도쿄가 아닌 나가노에서 창업을 하게 된 계기는?
평소에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계속 월급쟁이로 살아야 하나'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느날 가족끼리 나가노에 캠핑을 갔는데 와이프가 무심코 꺼낸 '여기에서 살고 싶아보고 싶다'는 한 마디가 평소 갖고 있던 생각을 계획에 옮기는 계기가 되었다.
두 개의 직업을 갖고 도쿄-나리타를 오가며 일하는데 수입은 예전과 비슷한 수준인데...
애초에 나가노까지 와서 창업을 한 이유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흥분할 수 있고 사회적으로도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나와 같은 사례가 다른 사회나 주변을 변화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나는 계약사원 신분으로 창업을 했지만 장래에는 정직원 신분으로 동시에 창업을 할 수 있는 유연한 시스템이 보편화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만약 연봉이 반토막이 된다고 해도 도쿄가 아닌 나고야라면 충분히 생활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사전에 있었다. 나가노로 이주를 준비하면서 새삼 '도쿄에서 직장 생활을 하려면 이렇게나 돈이 많이 드나' 생각이 들었다.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직장 문화가 있어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나는 운 좋게도 내가 다니는 회사가 IT 업 특유의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문화가 있다. 회사는 이런 이례적인 제안을 받아들여 줬고, 내가 계약사원으로 전환된 이후에도 대우가 달라지지는 않았다. 부업이 법으로 금지 되어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대부분의 회사는 부업을 쉬쉬하는 분위기다.
부업 수입은 회사원이 아닌 온전한 '나 자신'에게 매겨지는 가치
내가 창업을 하면서 크게 변한 것은 내가 벌어들인 돈의 가치를 몸으로 실감하게 된 점이다. 회사에서 월급을 받는 생활을 하면 정해진 날짜에 급여를 받는 것이 당연하고, 대기업에 다닌다면 매출 1억엔이라 하면 작은 사업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내가 아니라 '회사'를 통해서 받고 만들어 내는 금액이다. 내가 나가노에서 일하면서 번 수입은 헤드헌터들이 내 스펙을 보고 적당히 매기는 몸값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내가 창업해서 번 돈은 온전히 내 자신의 능력만으로 매겨지는 가치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면 회사가 몇 만명의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고 가치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회사를 위해 일하는 건 주3일에 불과하지만 그 시간 이상의 공헌을 해야 겠다는 책임감을 갖고 일한다. 이런 점은 회사 입장에서도 좋은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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